편집자주 ...인터넷 너머 일면식도 없는 인물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들은 곧바로 지옥으로 빠져든다. 경찰에 신고해도 온라인에서 철저하게 정체를 숨긴 사기 사범들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농락할 뿐이다. 올해 1분기에만 사기 범죄는 10만 건을 넘어섰지만, 이중 절반 정도만 경찰의 검거망으로 들어온다. 뉴스1은 최근 폭증하는 비대면 사기 범죄의 실태와 원인을 살펴보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봤다.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자기야 나 대신 부업 좀 해줄래?"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결혼중개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결혼 준비 자금 약 2억 3000만 원을 모두 잃었다. 로맨스스캠(혼인 빙자 사기)과 부업 사기 그리고 투자리딩방 수법이 결합한 혼종(하이브리드) 사기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결혼중개앱서 만난 남자 부업 대신해 달라더니…팀미션서 2.3억원 뜯겨
지난 1월 말 직장인 김 모 씨(38·여)는 결혼이 늦어지는 것을 걱정한 친구의 성화로 결혼 중개 앱을 깔았다. 반신반의했지만 앱에서 말을 건 조 모 씨의 상냥한 태도에 친밀감을 느꼈다. 훤칠한 외모를 가진 조 씨는 김 씨에게 '자기'라는 애칭까지 써가며 구체적인 데이트 계획을 잡기도 했다.
그때 조 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이 잠시 호주 시드니에 머물고 있는데 해외여서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다며 부업을 대신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업은 어렵지 않았다. 쇼핑몰로 보이는 사이트에 접속해 이미 보유한 포인트로 물건만 주문하면 됐다. 50여만 원짜리 반지를 주문하니 금세 2만 5000원의 수익금이 들어왔다. 조 씨는 해당 수익금을 김 씨에게 "커피 사 먹으라"며 선심 쓰듯 주려고도 했다.
이틀 후 조 씨는 또 다른 부탁을 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채팅방에 들어가서 MD(상품기획자) 및 다른 팀원과 함께 물건을 공동구매하고 수익을 가져가는 '팀미션'을 수행해달라는 것이었다.
조 씨는 2500만 원을 해외에서 송금했다는 이체증을 보여주며 주말이 지나면 돈이 입금될 테니 일단 자신을 대신해 2500만 원을 쇼핑몰로 이체해 물건을 살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이체증을 믿고 돈을 입금해 물건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액수는 점점 커졌고 김 씨는 결국 팀미션 수행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채팅방 속 팀원이란 인물들은 김 씨가 팀미션을 포기하면 자신들이 큰 손해를 본다며 2억 6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이때 나타난 조 씨는 자신이 1억 8000만 원을 송금했으니 안심하라며 또다시 이체증을 내밀었고 이미 큰돈을 투자해 버린 김 씨는 팀미션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쇼핑몰 상에서 수익금은 쌓여가 어느덧 3300만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일당은 수익금은커녕 원금조차 돌려주지 않았다. 수익금을 받기 위해선 보증금을 추가로 입금해야 한다고 했고, 원금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전산상 문제 등을 들며 차일피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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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s://www.news1.kr/society/incident-accident/5402727